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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선수가 내건 사진 한컷...'전쟁의 비극' 앞에 선 스포츠 - JTBC

한장의 사진을 내걸었습니다.
총 한 자루를 들고 선 여성이 보입니다. 그 아래엔 화염병 여러 개도 놓여 있습니다. 이 여성이 직접 총을 들고 전쟁에 뛰어들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전쟁의 한복판에 놓여있다는 분위기는 읽을 수 있습니다.
 
아르히포바는 열아홉살입니다. 우크라이나 피겨 선수지만 소셜미디어에 총을 든 사진을 올렸습니다. (사진=아르히포바 인스타그램 캡처)아르히포바는 열아홉살입니다. 우크라이나 피겨 선수지만 소셜미디어에 총을 든 사진을 올렸습니다. (사진=아르히포바 인스타그램 캡처)
소셜미디어엔 짤막한 글도 함께 적었습니다.
'나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함께 키예프에 머물고 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지킬 준비가 돼 있습니다. 승리를 위해 다 함께! 자유로운 나라를 위해 다 같이! 우크라이나에 영광을!'

이 사진을 올린 이는 피겨 선수입니다. 열아홉 살, 우크라이나 피겨 챔피언 아르히포바입니다. 전쟁만 아니었다면 지금쯤 '꿈의 무대'를 손꼽아 기다렸을지 모릅니다. 세계피겨선수권대회(3월 21일~27일·프랑스 몽펠리에)가 한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전쟁으로 모든 것이 멈춰섰습니다.
 

아르히포바는 우크라이나 피겨 챔피언입니다. 지금은 전쟁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사진=아르히포바 인스타그램 캡처)아르히포바는 우크라이나 피겨 챔피언입니다. 지금은 전쟁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사진=아르히포바 인스타그램 캡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두 나라 피겨 선수의 운명이 참 대조적입니다. 러시아 발리예바(16)는 올림픽에 이어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요. 러시아는 금지약물 적발 사실이 알려졌지만 그런 논란을 여전히 정면돌파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도핑 양성반응이 나왔는지, 세계반도핑기구의 최종 조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세계선수권대회도 출전 길은 열려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이미 전쟁의 비극은 이곳저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어린아이들마저 죽어 나가는 전쟁 앞에서 승부를 놓고 사투를 벌이던 스포츠 선수들도 가만히 있을 순 없었습니다. '이기고 지는' 문제 앞에 서 있던 그들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에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던 스켈레톤의 헤라스케비치(23)는 당시 '반전' 문구를 내걸었지만 지금은 총을 든 군인으로 '참전'을 선언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복싱 영웅 로마첸코(34)도 다르지 않습니다. 2008년 올림픽은 페더급, 2012년 올림픽은 라이트급에서 잇달아 금메달을 목에 걸었는데, 우크라이나 군인들과 함께 한 사진을 내걸었습니다.
 

올림픽 복싱에서 두번이나 금메달을 딴 우크라이나의 로마첸코는 러시아와 싸우기 위해 자원입대를 선언했습니다. (사진=로마첸코 페이스북 캡처) 올림픽 복싱에서 두번이나 금메달을 딴 우크라이나의 로마첸코는 러시아와 싸우기 위해 자원입대를 선언했습니다. (사진=로마첸코 페이스북 캡처)

사람 국가 민족 간 경쟁은 때론 스포츠를 통해 다른 에너지로 전환되기도 했습니다. 때론 갈등이 스포츠로 치환되면서 극복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평화와 화합을 꿈꾸던 스포츠가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피할 수 없는 전쟁의 참상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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