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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속으로] 조코비치의 라이벌은 조코비치 자신이다 - 천지일보

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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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세계 스포츠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선수는 단연 세계남자테니스 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35)였다. 세계적인 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관심은 좀 색달랐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가 올 시즌 첫 테니스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 출전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는 코로나19 백신접종을 거부한 채 호주오픈에 출전하기 위해 대회 장소인 멜버른에 들어오면서부터 관심을 집중시켰다. 백신접종을 하지 않은 그의 호주오픈 출전 여부의 귀추가 주목됐다. 안타깝게도 뜻대로 이뤄지지 않아 그는 끝내 호주에서 강제 출국돼 본국인 세르비아로 돌아가야 했다.

호주 연방 법원은 지난 16일 심리를 열고 호주 정부가 취소한 입국 비자를 재발급해달라는 조코비치 측의 요구를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조코비치가 비자 소송에서 최종 패소하며 호주오픈 4년 연속이자 통산 10번째 우승, 메이저대회 통산 최다 기록인 21번째 우승 도전은 물거품이 됐다. 조코비치는 지난달 16일 확진을 비롯해 두 차례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고 밝혔으나, 백신 접종은 거부해왔다. 호주 정부가 백신 접종자만 입국시킨다고 작년 초부터 방침을 분명히 밝혔는데도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이달 초 첫 번째 비자 취소에 대한 항소에서는 “절차적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것을 법원이 받아들였으나, 이민부 장관은 “호주 사회의 건강과 안녕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두 번째 비자 취소 결정을 단행했고 연방 법원은 최종적으로 이민부 장관의 결정을 지지했다. 이 과정에서 조코비치는 지난달 확진 판정을 받고도 마스크 없이 공식 행사에 참여한 것과 입국 신고서에 해외여행 사실 누락 등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의 시련은 이번 호주오픈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프랑스오픈도 백신접종을 하지 않으면 참가를 허가하지 않겠다는 얘기가 들린다. 윔블던을 개최하는 영국은 코로나 관련 입국 제한이 없다. 그러나 US오픈은 문제가 될 전망이다. 미국 시민이 아닌 사람들이 미국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조코비치는 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과 함께 20개의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테니스계의 ‘빅3’이다. 페더러보다 젊은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테니스 투어에 계속 참가해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20개로 늘렸다. 만약 호주오픈에 참석해 우승했더라면 그는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21개로 늘려 페더러와 나달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그랜드 슬래머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조코비치는 백신을 거부함에 따라 이 같은 기회를 박탈당했다. 사실 백신 접종만 받으면 모든 논란이 사라질 수 있었다. 선진국의 경우 백신 접종 여부는 강제가 아니라 개인이 스스로 선택한다. 특히 개인의 건강상 이유로 백신을 기피하는 경우는 스포츠 스타, 연예인 등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유명 인사들 가운데 많다. 그러나 조코비치와 같은 세계최고의 테니스 선수이더라도 세계적인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것은 상식적인 문제이다.

이번 조코비치의 호주오픈 출전 무산으로 세계테니스계의 ‘빅3 시대’가 점차 저물어갈 공산이 커졌다. 재능 있는 신예들이 속속 출현하는 가운데 조코비치의 백신 접종 거부는 새로운 시대를 더욱 빨리 불러올 수 있다. 전성기를 달리던 조코비치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페더러나 나달도 아닌 그 자신이었음을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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