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6일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뢰이가르달스회들 실내스포츠 경기장에서 열린 ‘2021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s, 이하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결승에서 중국의 에드워드게이밍(EDG)이 한국의 담원 기아를 3대 2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11년의 롤드컵 역사 속에서 중국리그(LoL Professional League, 이하 LPL) 팀이 한국리그(LoL Champions Korea, 이하 LCK) 팀을 결승에서 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롤드컵 우승횟수는 LCK가 6회로 LPL의 3회보다 압도적으로 많지만, LPL은 2018, 2019에 이어 올해에도 우승컵을 가져가면서 최근 강세를 이어갔다. 반면 LCK로써는 4강에 무려 3팀이 올라갔었기에 결승전의 역전 패배가 더 뼈아팠다.
기존 스포츠를 압도하는 눈부신 성장
e스포츠(Electronic Sports)가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 1998년 미국의 게임사 블리자드가 내놓은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게임(Real-Time Strategy, RTS) ‘스타크래프트’로 태동한 e스포츠는 2009년 다국적 게임사 라이엇게임즈의 실시간 공성장르 게임(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 MOBA)인 LoL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올해 EDG와 담원 기아가 맞붙은 롤드컵 결승은 동시 최고 시청자 수가 역대 최고인 401만여 명을 기록했다. 3월 28일 인천 영종도 스튜디오 파라다이스서 열린 국내 게임사 크래프톤의 총쏘기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2021 펍지 글로벌 인비테이셔널(PGI.S)’ 결승전은 전 세계적으로 1,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켜봤다고 한다.
e스포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상금도 어마어마한데 2020년 기준으로 총상금은 ‘카운트스트라이크: 글로벌오펜시브’(1,585만 달러, 약 187억 원), ‘아레나 오브 발러’(한국명 펜타스톰, 950만 달러), ‘도타2’(932만 달러), LoL(811만 달러) 순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연봉이 가장 높은 선수도 e스포츠 분야에 있는데, LoL 프로게이머 Faker 이상혁 선수(SK telecom CS T1)의 올해 연봉은 52억 원에 달한다.

e스포츠의 전 세계적 확산을 가져온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챔피언십 경기 모습. ⓒ 라이엇게임즈
e스포츠는 컴퓨터 통신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서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게임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컴퓨터 및 네트워크, 기타 영상장비를 이용하여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로, 게임 내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적 능력은 물론 순간적인 반응과 컨트롤, 멀티태스킹 등 신체적 능력이 필요한 경기다. 「이스포츠(전자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에서는 게임물을 매개로 하여 사람과 사람 간에 기록 또는 승부를 겨루는 경기 및 부대활동으로 정의한다.
흔히 우리나라를 e스포츠의 발상지 또는 e스포츠의 종주국이라 표현한다. 우리나라에서 게임을 처음 만든 것도 아니고 대회를 처음 연 것도 아닌데, 이처럼 불리는 이유는 게임을 스포츠화시키는데 주도적이면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스타크래프트가 선풍적 인기를 끌자 게임을 경기화 하여 프로스포츠와 같이 구단을 만들어 리그를 운영하고 방송을 통해 중계하는 등 e스포츠의 시작을 대한민국이 주도했다.
e스포츠는 스포츠일까?
지난 11월 5일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종목으로 진행할 e스포츠 세부 종목을 발표했다. LoL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도타2, 하스스톤, FIFA, 스트리트 파이터 5, 펜타스톰, 몽삼국2 등 8개 종목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는 시범종목이었지만 이번에는 정식종목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선수들이 금메달을 획득하면 연금이 나오고 남자의 경우 군 면제도 받을 수 있다.
반면 올림픽에서 e스포츠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은 아직 낮아 보인다. 2019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은 “스포츠는 인류가 펼치는 모든 대결의 근원이며 전쟁과도 같지만 게임 속에서 상대 캐릭터를 죽이는 e스포츠는 올림픽의 가치와 모순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IOC는 2020 도쿄 올림픽 전 사전행사로 가상 올림픽 시리즈(Olympic Virtual Series, OVS)를 진행하는 등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

2020 도쿄 올림픽 사전행사로 열린 가상 올림픽 시리즈에서는 야구, 사이클, 조정, 요트, 레이싱 등이 진행됐다. ⓒ IOC
사실 e스포츠가 스포츠로 어느 정도 자리매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e스포츠를 스포츠로 인정할 수 없다는 부정적 인식도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다. 스포츠의 개념은 시대에 따라 발전하며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데, 종합하면 유희성을 내포한 활동으로 제도화된 규칙에 따라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신체적 기량 위주의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일단 e스포츠는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기에 유희성과 대중성은 검증됐다고 볼 수 있다. 논란이 되는 것은 신체 기량 위주의 활동인데, e스포츠도 다른 스포츠들과 마찬가지로 선수 본인의 신체를 자신의 의지에 따라 동작을 수행해야 한다. 분당 명령수(Action Per Minute, APM) 기준으로 일반인들은 100을 넘기도 힘들지만, 프로게이머는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최소 300 이상이며 500까지 다다르는 압도적인 신체능력을 보유하는 경우도 있다.(이승훈 『스포츠 범주화에 e한 쟁점과 과제: e스포츠를 중심으로』 참조)
중계와 해설, 보완해야 할 과제들
e스포츠가 진정한 스포츠인지 논의와 상관없이 e스포츠는 이미 세계적인 시장으로 성장해 있고 기존 스포츠 업계에서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사실이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국제축구연맹(FIFA)으로 FIFA e월드컵을 직접 주관하고 있다. NFL과 MLB, NBA, NHL, MLS 등 미국 5대 스포츠리그와 유럽 축구리그, F1 중 일부 팀들도 이미 e스포츠 팀을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다수 스포츠들이 위축된 데 비해 e스포츠는 더욱 승승장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럿 있다. 가장 큰 문제는 e스포츠의 토대가 되는 게임의 영원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때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식으며 LoL이 등장하기까지 e스포츠 산업 전체가 내림세를 겪었다. 문명의 발달을 통해 인류 전체에 걸쳐 이미 검증을 받은 스포츠와 달리 LoL과 같은 게임이 언제까지 인기를 유지할 수 있을지 문제가 된다.

베틀그라운드는 동시 게임 참여자가 많기 때문에 중계나 해설에 더욱 심혈을 기울인다. ⓒ PUBG
중계와 해설도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앞으로 보완해야 할 과제가 된다. e스포츠는 기존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경기장에서든, TV와 인터넷, 스마트폰을 통해서든 중계를 관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문제는 현재의 e스포츠 대다수가 여러 명이 동시에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중계나 전문적인 해설이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LoL은 5대 5의 팀 경기로, 오버워치는 6대 6의 팀 경기로 진행된다. 베틀그라운드의 경우 많게는 20개 팀 80명이 동시 참여해 교전을 벌인다. 관중 개개인의 원하는 팀과 선수들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전장도 넓어서 동영상으로 보여주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또한 여러 명이 실시간으로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중요한 장면을 놓치기 십상이고, 복잡성이 높아 개별적 행동의 의미를 해석하며 경기의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해설하는 것은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e스포츠 경기 시청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대중들의 관심을 제고하여 e스포츠 산업의 저변 확대를 위해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지능형 e스포츠 서비스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라이브 게임 분석 기술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플레이 요소를 분석하며 승패 예측, 전략 분석, 재화 통계 등 게임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식하여 시각화해 준다. 인게임 플레이 이벤트 분석 기술은 게임 내 주요 사건을 분류하고 인식하기 때문에 e스포츠의 생중계는 계속 발전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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