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리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속에서 지난달 5일 무관중으로나마 새 시즌을 시작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에서는 KBO리그 중계권을 사들여 21일 현재 매일 한 경기씩 KBO리그를 미 전역에 생중계하고 있다. 자국은 물론 전 세계 스포츠 리그가 중단된 공백을 한국 프로야구 콘텐츠로 대체해 스포츠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취지였다. 이를 계기로 NC다이노스가 미 노스캐롤라이나주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국내 주요 선수들이 현지 매체에 소개되는 등 한국 야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스포츠 제국으로 불리는 미국에서 KBO 중계권을 구매한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는 분석이다. 실시간 경기를 통한 데이터로 베팅이 이뤄지는 스포츠 갬블링(도박) 시장의 운영을 위해서다. 하루에서 일주일 사이 단기간 동안의 경기 결과를 토대로 베팅과 보상이 가능한 '데일리 판타지 스포츠(DFS)'가 그 중 하나다. 게임·방송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ESPN에서 KBO리그를 중계하는 데는 DFS 시장의 요구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 10조원 시장?…'DFS'가 뭐길래= DFS는 1950~1960년대부터 미국 스포츠팬들 사이에서 유래한 '판타지 스포츠'가 기반이다. 판타지 스포츠는 실제 경기를 대상으로 이용자가 스카우트 역할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온라인상에서 일정 금액을 베팅한 뒤 선수들을 사들여 가상의 팀을 꾸리고, 해당 선수들의 실 경기 기록 등을 점수로 환산한 뒤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이에게 판돈을 배분한다. 보통 한 시즌 단위로 결과를 집계해 순위를 가리던 판타지 스포츠에서 매 경기 혹은 주간 단위로 단축해 최대 1000달러의 판돈을 걸고 분배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 DFS다.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미국에서는 판타지 스포츠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판타지 스포츠 무역협회(FSTA)'에 따르면 북미 지역의 판타지 스포츠 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260억 달러(약 28조6000억원)로 집계됐다. 미 연방 대법원이 2018년 5월 스포츠 갬블링을 합법화하면서 관련 시장은 날개를 달았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에 따르면 판타지 스포츠 시장은 최근까지 연 평균 10.16%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별도로 DFS 시장만 80억 달러(약 9조7000억원) 이상 규모까지 불어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 DFS 산업을 양분하는 업체 '팬듀얼'과 '드래프트킹스'는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을 일컫는 '유니콘 기업' 대열에 합류했다.
◆ 코로나19, 악재 속 기회…한국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DFS 시장도 타격을 받았다.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게임의 특성상 실제 경기가 열려야 하지만 감염병 확산 우려로 전 세계 프로스포츠가 중단되면서 서비스 운영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독일, 스페인, 잉글랜드 등 주요 축구리그가 다시 문을 열고 미국 메이저리그도 개막을 검토하는 등 상황이 바뀌면서 북미나 유럽 등 DFS가 활성화된 지역에서는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가 크다. 우리처럼 무관중으로 리그를 재개하더라도 구단 입장에서는 수익에 타격이 있으나 DFS를 운영할 수 있는 데이터 확보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판타지 스포츠 형태로 실제 경기 데이터를 점수로 환산해 판돈을 배분하는 방식은 불가능하다.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베팅과 배당금을 현금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체육진흥투표권사업(스포츠토토)만이 합법으로 돼 있고 DFS 등을 운영할 법적 근거는 없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스포츠산업도 위축되는 상황에서 판타지 스포츠의 순기능을 활용해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백신이나 치료제 등 안전을 담보할 수단이 마땅치 않고, 프로스포츠 운영이 중단되거나 단축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체육진흥투표권을 통한 국민체육진흥기금 재원 마련도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 관계자는 "판타지 스포츠 게임물 개발이나 스포츠 데이터 분석·활용 등의 산업을 육성하고 프로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사행성 요인을 분석하고 보상과 참여방법에 대한 규제를 마련한다면 제도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짚었다.그러면서 "건전성을 담보한다면 참가비를 내고 상금을 받는 DFS 시스템을 활용해 국민체육진흥기금 조성사업으로도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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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1, 2020 at 07: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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