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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 건강을 위한 최상의 스포츠 '승마' – Sciencetimes - Science Times

천고마비(天高馬肥)라는 사자성어 때문인지 가을 하면 떠오르는 동물은 말(馬)이다. 말은 과거에 육상에서 가장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인 동시에 무거운 수레를 끄는 물류 운송수단이었고, 전쟁이 벌어지면 적진을 가르는 장수의 분신과도 같은 용맹한 존재가 됐다. 이 때문에 말을 잘 다루는 능력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숭상받는 기예가 됐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자동차가 등장하자 수천 년간 지속된 말의 이동수단으로서 기능은 종말을 고했다. 실리적인 쓰임새는 사라졌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말 위에 오르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말을 탈 때 사람과 말이 서로 혼연일체가 되면서 나누는 정서적 교감과 심신을 수련하는 스포츠로서의 가치를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과 말의 교감능력이 경기력 결정

말을 타는 모든 운동을 승마(乘馬, Equestrian)라 부른다. 승마는 올림픽 정식종목 중 특이하게 동물이 함께 참여하는 스포츠로 남녀 구분이 없이 대결을 펼치는 유일한 종목이기도 하다. 올림픽에서는 크게 조교 실력을 심사하는 마장마술(馬場馬術, Dressage)과 장애물을 뛰어넘는 장애물비월(障碍物飛越, Jumping), 이 두 가지가 함께 펼쳐지는 종합마술(綜合馬術. Eventing)의 세 종목이 진행된다.

살아 숨 쉬는 생명체인 말과 함께하는 스포츠인 승마의 경기력은 사람과 말의 호흡이 좌우한다. 이 때문에 사람과 말 사이에는 섬세하고 다양한 심리적 교감이 필요하다. 흔히 에이드(Aids)라고 부르는 부조(扶助)는 ‘말 위의 기승자가 자신의 의사를 말에게 전달하여 특정행동을 할 것을 유도하는 커뮤니케이션과 협력수단을 총칭’ 하는데, 상당히 고난도의 커뮤니케이션인 만큼 말과 사람이 심리적, 신체적, 역학적 조화를 이뤘을 때 완성될 수 있다.

예전에는 말의 복종심을 유도하기 위해서 거친 재갈을 물리고 가혹한 박차를 가하는 등 강압이나 체벌을 이용했다. 그러나 현대의 승마는 말과 기승자가 동료로서 함께 호흡하고 서로 협력하는 호스맨십(Horsemanship)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승마 선수들은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운동 전후에 말에게 솔질을 해주고 먹이를 주며 돌봐주는 등 말과의 대화와 교감을 나누는 일을 중시한다.

승마는 선수와 말이 혼연일체가 되기 위해 끊임없는 대화와 교감이 중요한 운동이다. 사진은 장애물비월 경기 모습. ⓒ 대한마사회

승마의 기본자세는 옆에서 봤을 때 궁둥뼈 결절(Ischial Tuberosity)이 무게중심이 되고, 머리와 어깨, 허리, 뒷발꿈치가 일직선 위에 있으며 어깨, 등, 허리는 이완된 자세이다. 고삐를 잡는 손은 엄지손가락이 위를 향하도록 주먹을 쥐어 고삐를 잡고, 위팔은 약간 굳히고 팔꿈치관절, 아래팔, 주먹을 쥔 손, 고삐가 수평이 되도록 하여 말이 움직이는 동안에도 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숙련된 선수들을 보면 흔들리는 말 위에서도 흐트러짐 없이 바르고 꼿꼿한 자세를 계속 유지하고 있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바른 승마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은 골반 정렬과 그 주변의 안정성, 대칭성, 기승자의 숙련도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바른 자세가 동반된 승마 운동은 자세 교정과 균형감각, 협응능력 등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잘못된 자세로 승마를 할 경우 척추와 어깨, 무릎 관절들의 미세한 외상과 반복성 긴장장애, 낙마 등을 유발하며, 말에게도 치명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속보와 구보는 달리기에 맞먹어

말은 발이 4개이기 때문에 발이 2개인 인간과는 다른 방법으로 걷거나 뛰게 된다. 말의 다양한 걸음걸이의 형태를 보법이라 한다. 말의 보법은 크게 평보와 속보, 구보, 습보로 구분할 수 있다.

평보(Walk)는 분당 110m 정도 움직이는 평상시 걸음걸이로 오른쪽 앞다리, 왼쪽 뒷다리, 왼쪽 앞다리, 오른쪽 뒷다리 순으로 4박자에 맞춰 진행되는 기본 보법이다. 속보(Trot)는 분당 220m를 움직이는 빠른 걸음걸이로 대각선상의 두 다리가 동시에 움직여 2박자로 진행되는 보법이다. 구보(Canter)는 분당 320m 움직이는 뜀박질로 우구보의 경우 왼쪽 뒷다리, 오른쪽 뒷다리와 왼쪽 앞다리, 오른쪽 뒷다리 순(좌구보는 반대)인 3박자 보법이다. 마지막 습보(Gallop)는 분당 990m를 이동하는 전력질주로 앞쪽과 뒤쪽의 양 다리가 함께 접근했다가 떨어져서 벌어지는 4박자로 진행된다.

승마에서는 말의 보행속도가 빨라질수록 말을 탄 사람의 운동강도도 함께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말의 보행형태별 승마의 운동강도를 측정한 연구에 따르면, 평보는 대걸레 청소, 요트타기, 시속 5km로 달리기 등과 비슷한 정도의 중강도(3~6METs) 운동이었지만, 속보와 구보는 테니스 단식게임, 축구, 농구시합, 시속 7~9km로 달리기 등과 비슷한 고강도(6METs 이상) 운동에 해당했다.(유동화 외 『말의 보행형태에 따른 승마의 운동강도』 참조)

말의 보법은 4박자로 걷는 평보(Walk), 2박자로 빨리 걷는 속보(Trot), 3박자로 뛰는 구보(Canter), 4박자로 전력질주 하는 습보(Gallop)로 구분된다. ⓒ Pony Club Australia

승마에서 말을 탄 사람은 얼핏 편하게 앉아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말이 편하게 걷거나 달릴 수 있도록 말의 움직임에 맞춰 골반을 움직이면서 말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하는 등 온몸을 조절하는 일이 필요하다. 전신 근육의 섬세한 협응(Coordination) 작용을 필요로 하는데, 평소 사용하지 않는 근육과 관절까지 사용하는 전신운동으로 근력 강화와 체력 증진에 효과적인 운동수단이 된다.

특히 승마는 상당히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비만 예방 및 치료에 매우 효과적이다. 전신 근육이 사용되면서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데 승마는 조깅이나 수영보다 2배 이상 칼로리를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국내외 다양한 연구에서 승마 참여자는 복부의 내장지방과 체지방율 감소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이창준 외 『12주간 승마운동이 중년여성의 복부지방 면적에 미치는 영향』 참조)

재활승마 주목… 대중화 모색 중

우리나라에서 최근 승마가 주목받고 있는 또 한가지 이유는 치료 목적으로 활용하는 재활승마(Hippotherapy) 때문이다. 재활승마는 고대 그리스 문헌으로 시작돼 20세기 초 영국의 아그네스 헌트 자작부인이 승마를 이용한 치료 개념을 도입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넘어서 재활승마가 전파돼 활용되고 있다.

원리는 말을 타고 있을 때 말의 움직임이 감각자극을 제공하면서 신경학적으로 근골격계의 기능을 증진한다. 아울러 동적인 움직임은 자세조절을 위한 자율반사 발달과 균형 향상에 도움이 되며, 살아있는 생명체인 말의 따뜻한 체온은 흥미를 유발하고 정서적으로 치료 효과를 높인다.

재활승마는 관절에 무리한 부하를 주지 않으면서 유연성을 증대하고, 전신 근육의 발달과 근력 유지, 신체의 균형감각, 올바른 자세교정의 효과가 상당하다. 이 때문에 스스로 운동을 하기 어려운 뇌병변장애나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 등 발달장애 아동에게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 재활승마에 참여한 발달장애 아동은 복합 체력이 유의하게 향상되며 사회성이 향상되고 불안과 우울 등 부정적 정서가 크게 호전됨으로써, 참여 학부모는 아동의 긍정적인 변화를 통해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최보경 외 『발달장애아동의 승마운동에 대한 행동관련 연구』 참조)

재활승마는 발달장애 아동들의 신체의 균형적 발달과 불안과 우울 등 부정적 정서 개선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 Carlisle Academy Integrative Equine Therapy & Sports

승마는 말이 고가이고 또 말을 돌볼 공간과 인력, 넓은 승마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하는 스포츠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얼마 전까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류층만 즐기는 귀족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었다. 변화는 2011년 『말산업육성법』이 제정되면서부터 나타났는데, 우리나라에서 승마를 대중 스포츠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 것은 불과 10년밖에 되지 않았다.

승마의 대중화와 활성화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고 갈 길이 멀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 지원에 따라 도시 근교에 승마장이 들어서고 있고 승마 인구도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춤한 상황인데, 심신 건강을 위한 최상의 스포츠라는 승마가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국민레저 스포츠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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