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스포츠 강국 우리나라의 엘리트 체육을 지탱하는 힘은 무엇일까.
스포츠 민족주의에 기초한 정부의 올림픽 메달 따기, 즉 성적 지상주의 정책이었다, 정부는 대한체육회를 통해 정책을 추진하면서 공기업이나 대기업을 마구 끌어들여 팀을 운영하고 우수 선수를 발굴하도록 유도했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는 없는 살림에도 정부 정책에 발맞춰 실업팀을 운영하며 선수들을 육성했다.
이런 기조는 오는 7월 예정된 도쿄 올림픽을 앞둔 현재까지 유효하다.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도쿄 올림픽 경기장 시상식 단상에서는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려 퍼질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체육 정책이 성과보다도 공정한 과정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면서 금메달 경쟁을 하는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의 우리나라 체육 위상은 점점 낮아질 전망이다. 정부의 엘리트 체육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면서 공기업이나 대기업들도 실업팀 운영에서 손을 떼고 있다. 지자체들은 대한체육회가 예산을 지원하지 않으면 비인기 종목을 육성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스포츠를 바라보는 정부와 국민의 시각이 바뀌면서 팀이나 선수들을 지원하는 형태도 변화하고 있다. 강압에 따른 비자발적인 후원이 아닌 자발적인 경제인의 스포츠 선수 후원이다. 이는 우리나라 스포츠 현장에서 추진되어야 할 바람직한 스포츠 스타 발굴 모델이다.
대구에서 전기공사업체를 운영하는 김성호 오무전력합자회사 대표는 오래전부터 비인기 종목인 레슬링 선수들을 후원하고 있다. 그의 레슬링 사랑은 각별하고도 순수하다.
김 대표는 지난 2008년부터 대구 경구중·경북공고 레슬링부에 매년 훈련비 1천~2천만원을 후원하고 있다. 어떤 조건도 없다. 김 대표는 인기 없는 종목의 어려운 실상을 보고 그냥 돕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레슬링 경기가 열리는 전국대회 현장을 찾아 선수단을 격려할 정도로 관심을 두고 있다. 이 학교 레슬링부 지도자들은 "세상에 이런 분 없다. 정말 그냥 묵묵히 도와준다. 김 대표 같은 분이 있기에 우리 지도자들도 힘을 내고 있다"고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다.
김 대표는 대구 지역의 골프 유망주를 정기적으로 후원하기도 했다. 그는 운동선수들을 후원하는 것도 사회 발전에 보탬이 되지 않겠느냐며 여력이 될 때까지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경북 상주시체육회도 수년 전부터 초·중·고 엘리트 스포츠 꿈나무 후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상주 지역 향토 기업체들이 대거 운동부를 후원하고 있다. 기업인들은 스포츠 우수 선수 후원을 장학사업의 하나로 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는 시골 학교의 운동부 운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대구FC 엔젤클럽은 프로축구단 대구FC가 명문구단을 향해 나아가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엔젤클럽은 지역 경제인들의 자발적인 대구FC 후원 모임으로 자리 잡았다. 후원에 참여하는 기업인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대구에서 내놓으라 하는 기업의 2, 3세 경제인들이 대거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연간 100만원 후원이 기본이지만 수천만원을 내는 회원들도 상당수다. 엔젤클럽은 재정이 열악한 시민구단을 지탱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유망 선수의 연봉을 책임지는 형태로 기업 홍보를 위한 선수 마케팅도 가능해 보인다.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11월부터 우리나라 스포츠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들을 위한 '밀어주자 뉴스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뉴스타운동본부를 통해 스포츠 유망주와 기업체의 후원 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한체육회는 캠페인에 참여할 스포츠 유망주들을 육상 등 16개 종목에서 20명을 선정했다.
지난달 15일에는 서울 송파구 대한하키협회 사무실에서 뉴스타운동본부 제2호 선수 후원 협약식이 열렸다. 이날 ㈜한국테크놀로지-대우조선해양건설 ESG경영위원회는 하키 유망주 김선아(한국체대) 선수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문강배 ㈜한국테크놀로지-대우조선해양건설 ESG경영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사회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스포츠를 통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선한 영향력을 계속해서 늘려가겠다"고 했다.
지난달 9일에는 제1호인 컬링 유망주 김소연(남춘천여중) 선수에 대한 후원 협약식이 있었다. 김소연 선수 후원을 맡은 ㈜에스폴리텍 이혁렬 대표이사는 "코로나19로 훈련이 쉽지 않은 컬링 선수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 앞으로 더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경제인의 스포츠 유망주 후원 사업은 쉽지 않은 일이다. 체육 단체나 지도자들의 요청과 추천으로 경제인들이 일회성 후원에 나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일정 기간 이를 이어가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후원 협약식을 여는 등 거창하게 시작됐다 단기간에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후원 과정에서 경제인과 유망 선수를 이어주는 팀 관계자와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꾸준히 동기 부여를 해야 후원 사업은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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