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수원=김현회 기자] 신화용의 은퇴식에는 양 구단의 상대를 예우하는 훈훈함이 묻어 있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는 K리그 레전드 골키퍼 신화용의 은퇴식이 진행됐다. 이날 경기에서 신화용은 킥오프 전 VIP 단상에서 활약상이 담긴 영상을 시청한 뒤 수원으로부터는 공로패를, 포항으로부터는 꽃다발을 전달 받았다. 이후 신화용은 은퇴 인사를 했고 양 팀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박수를 보냈다.
코로나19 방역 규정에 따라 신화용의 은퇴식은 그라운드가 아닌 VIP 단상에서 진행됐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 역시 소리 높여 그의 이름을 부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신화용은 프로 무대에서 뛴 유이한 두 팀의 맞대결에서 의미 있는 은퇴식을 치렀다. 코로나19 방역 문제로 원정 팬들은 경기장에 올 수 없었지만 포항스틸러스 마스코트 ‘쇠돌이’가 수원 VIP 단상을 찾아 인사를 나누는 훈훈한 모습도 연출됐다.
2004년 포항에 입단해 K리그에 데뷔한 신화용은 2016년까지 주전 수문장으로 활약하며 정규리그 2회(2007·2013), 대한축구협회(FA)컵 3회(2008·2012·2013), 리그컵(200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2009) 등 팀의 7차례 우승에 힘을 보탰고 2017년에는 수원으로 이적해 두 시즌 간 골문을 지켰다. 2018년 전북 현대와 만난 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는 페널티킥과 승부차기를 세 차례나 막아내는 선방쇼를 펼쳐 수원의 4강 진출을 이끈 바 있다.
그렇다면 이날 은퇴식은 과연 누가 먼저, 어떤 이유로 추진했을까. 사연을 들어보면 상대팀을 존중하고 레전드를 예우하는 두 팀의 배려가 이런 멋진 의미의 은퇴식을 열 수 있는 배경이 됐다. 최근 수원삼성은 “두 시즌밖에 뛰지 않았지만 우리의 멋진 순간을 함께 만들어 준 신화용의 은퇴식을 열어주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모아졌다. 평소 신화용과 교류하고 있던 구단 측에서는 신화용에게 이같은 사실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수원삼성 구단은 조심스러웠다. 신화용이 수원삼성에서 뛴 건 두 시즌에 불과하지만 포항에서 뛴 건 무려 13시즌이었기 때문이다. 신화용이 포항의 레전드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수원삼성 측은 곧바로 포항 구단에 연락했다. “우리가 신화용의 은퇴식을 준비 중인데 혹시 포항에서 먼저 신화용 은퇴식을 할 계획이 있으시다면 먼저 양보하겠다”고 했다. 신화용 역시 수원삼성에서 은퇴식을 치러준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 사실을 포항에 알렸다.
수원삼성 관계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면서 “신화용이 우리 소속 선수이기도 했지만 포항에서 오래 뛴 전설이어서 먼저 포항 구단에 문의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포항의 전설을 떠나 K리그의 전설적인 선수이니 우리도 당연히 신화용에게 걸맞는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생각도 분명했다”고 말했다. 포항 측에서는 수원에 “우리도 신화용을 비롯해 은퇴식을 치르지 못한 선수들의 은퇴식을 준비 중이긴 하지만 수원삼성이 먼저 신화용 은퇴식을 치러도 괜찮다”고 답했다.
수원은 5월경 신화용의 은퇴식을 준비하고 있었고 일정을 보니 5월 1일이 수원과 포항의 맞대결이었다. 수원은 “그러면 5월 1일 포항전에 맞춰 은퇴식을 치르자”고 했고 포항도 이에 화답했다. 이렇게 신화용은 프로 생활을 하며 뛰었던 유이한 팀의 맞대결에서 은퇴식을 치르는 모습을 연출했다. 양 팀이 서로 예우를 갖췄고 그러면서 이런 멋진 이벤트가 펼쳐질 수 있었다. 이날 수원삼성은 물론 포항스틸러스 최인석 대표이사도 신화용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축하를 보냈다.
특히나 이날 경기를 통해 수원과 포항은 동맹 체제(?)를 더 굳건히 했다. K리그 마스코트 반장선거 유세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수원삼성 ‘아길레온’과 포항스틸러스 ‘쇠돌이’가 합동 유세를 펼쳤기 때문이다. 수원 관계자는 “이게 다 신화용 덕분이다”라면서 “신화용이 ‘아길레온’과 ‘쇠돌이’의 합동 유세를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고 웃었다. 한편 포항스틸러스는 신화용 외에 김원일과 황진성 등 포항에서 공을 세우고도 은퇴식을 치르지 못한 선수들과 포항스틸야드에서 공식 은퇴식을 치를 계획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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