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교 1학년을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을 땐 테니스가 타향살이의 외로움과 외국인 차별을 견디게 해준 친구였다. 그는 “기숙학교에 들어갔는데 전교생의 절반이 한국 사람이었죠. 학교폭력도 있었어요. 그 때 테니스가 절 버티게 해줬습니다”고 회상했다. 테니스팀에 들어가서 테니스를 잘 치니 백인들이 무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실제로 백인들이 한국 아이들을 괴롭히기에 그러지 말라며 무엇을 집어 던졌는데 테니스 부원 중 한명이 ‘쟤는 건들지 마라’며 그만두고 간 적이 있어요”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운동을 잘하면 인정해주는 문화가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특정 스포츠에서 잘하면 절대 무시하지 않습니다. 인정해준다고 할까요. 스포츠를 잘하면 다른 것도 잘 한다고 판단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실제로 스포츠를 중시하는 문화가 미국 사회 전체에 ‘평생건강의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고 있다. 미국의 명문 하버드대는 신입생을 뽑을 때 학업 성적 외에도 과외활동, 품성 및 인성, 운동 능력 등 4가지 분야를 평가한다. 특히 중고교 시절 스포츠 선수로 활동하며 주장을 맡은 학생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 리더로서 갖춰야 할 기본을 스포츠를 통해 습득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른 명문 사학들도 리더십과 협동심, 성실성, 사회성, 인내력 등을 스포츠를 통해 얻을 수 있다고 보고 학생 선발 때 활용하고 있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스포츠에서 나오는 다양한 상황이 인간을 변화시킨다. 경기 중에는 용기를 발휘해 밀고 나가야 할 때와 과감히 포기해야 할 때가 있다. 서로 협력해야 할 때도 있다. 상황에 따라 선택을 하고 결정을 해야만 한다. 이런 게 리더십 등 인성을 키워준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연구결과 스포츠 유능감과 근력, 지구력, 건강한 외모가 신체적 자존감을 상승시켜 결국 전체적인 자존감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미국 명문 사립대가 스포츠를 중시하다보니 명문 고교들도 스포츠를 필수 과목으로 정해 인성교육의 한 축으로 활용한다. 이런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사회에 나와서도 스포츠를 즐긴다.
미국 명문 컬럼비아대를 졸업한 그는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마치고 미국 변호사가 됐다. 그는 2014년 7월 한국으로 돌아오며 테니스 동호회를 만들었다.
“당시 유명 로펌에서 어떤 분이 과로사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지인 5,6 명을 모아 매주 테니스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되면서 잠시 쉬기도 했지만 이젠 틈만 나면 치고 있습니다.”

“일을 하다보면 업무 능력이 좀 떨어져도 체력이 좋은 변호사들의 결과물이 좋습니다. 하루 14시간 일한다면 마지막 1시간이 중요한데 그때 체력이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스포츠 경기에선 기 싸움도 하고 눈치도 보고 상대방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죠. 법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책에선 배울 수 없는 능력들입니다. 미국사회에서는 성적이 좀 떨어져도 스포츠팀 주장했다면 선택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스포츠를 통해 다양한 자질을 키웠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주 변호사는 “한국이었다면 ‘오늘의 나’가 없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입시교육에 휘둘리며 각급 학교에서 스포츠 및 운동을 경시하는 분위기에서 잘 버틸 수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 끝나면 테니스를 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행복했어요. 오후 2시45분 수업이 끝나면 3시부터 남자들이 먼저 테니스를 칩니다. 4시30분까지 치면 여자들이 6시까지 치죠. 그럼 전 친구들하고 옆 잔디밭에서 한 숨 자다가 여자들 다 치고 나면 다시 테니스를 더 치고 숙소로 돌아갔어요. 한국에서 학교를 다녔다면 절대 할 수 없었던 생활이었죠.”


그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테니스를 일찍 배운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체력적인 건강도 중요하지만 살다보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 하느냐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테니스의 장점을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일하다보면 밤새는 날도 많아 스트레스가 쌓이는데 라켓 들고 코트에 나가 공을 치다보면 다 날아가요. 테니스가 없었다면 술 등 건강하지 않은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풀려고 했을 겁니다.”주원홍 전 회장은 “몸이 건강해야 공부도 잘 할 수 있습니다. 전 애들에게 공부 잘하라는 얘기는 안했습니다. 늘 테니스 등 운동을 하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다 잘 자라더라고요. 첫째 딸도 테니스를 일찍 시작했고 미국 명문 브라운대를 졸업했어요. 국내에선 입시에 밀려 스포츠가 경시되고 있는데 어릴 때부터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훨씬 더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습니다”고 강조했다.
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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