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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정의 삶에서 애국심 말고 스포츠 평화 사상도 봐야죠”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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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도서출판 귀거래사 김연빈 대표
김연빈 대표. 김창금 선임기자
김연빈 대표. 김창금 선임기자
2002년 타계한 손기정은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준거점이었다. 국가대표 선수의 목표는 당연히 올림픽 금메달이었고, 국제 스포츠 무대에 나가면 무조건 1등을 하는 게 나라를 위한 길이었다. 이런 ‘손기정 담론’은 해방 이후 한국 국가주의 스포츠의 심리적, 역사적 배경이 됐다. 하지만 손기정을 스포츠 민족주의의 상징만으로 보는 것은 일면적인 이해다. 정작 손기정이 마라톤을 통해 평화를 강조했고, 한-일 관계 개선을 바랐다면? 김연빈(62) 도서출판 귀거래사 대표가 최근 번역해 낸 <손기정 평전>(데라시마 젠이치 지음)은 스포츠 평화운동의 측면에서 조명한 손기정의 이면 이야기다. 일본인의 시각으로 봐도 손기정은 제국주의 침탈로 존엄을 상실당한 식민지 청년의 고통 그 자체다. 그러나 작자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손기정을 통한 화해와 희망의 모색으로 나아간다. 김 대표는 이를 두고, “데라시마 메이지대 명예교수가 손기정의 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스포츠 평화사상으로 연결시켰다”고 소개했다. 데라시마 교수가 손기정에 대한 각별한 감정을 갖게 된 것은 1983년 10월 일본에서 개최된 ‘포럼 OPT21 오사카’와 그해 12월 메이지대학에서 열린 ‘스포츠와 평화를 생각하는 모임’을 통해서다. 손기정은 이 자리에서 베를린올림픽의 영광과 굴욕, 한국 전쟁의 참화 등을 언급하며 평화를 위한 스포츠인의 기여를 강조했다. 데라시마 교수는 이때 처음 만난 손기정과 20년간 교우하며 글을 썼다. 김 대표는 “데라시마 교수는 올림픽 금메달을 딴 손기정이 귀국했을 때 일제 사복형사가 압송하듯 끌고 가는 것을 ‘인간 존엄의 유린’이라고 했다. 그런데 손기정은 원한을 품지 않았다. 한국전쟁 중에도 일본 선수의 보스턴 마라톤 우승에 축전을 보낸 그의 모습에서 오히려 깊은 감명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데라시마 메이지대 교수 저작 ‘손기정 평전’ 최근 번역 출간 원본 없는 ‘손기정 인물사전’도 “잊힌 ‘3등 남승룡’ 재평가는 한국 스포츠 혁신에 부합” 주일 한국 대사관 등 41년 공직 손기정 평전에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당시 2위를 차지한 영국의 어니스트 하퍼에 대한 일화도 나온다. 10km지점에서 속도전으로 치고 나간 아르헨티나의 후안 사바라를 손기정이 쫓으려고 할 때, 하퍼는 “슬로! 슬로!”라고 했다. 뙤약볕 속에서 경쟁자인 손기정이 오버 페이스를 할까 걱정해준 그의 스포츠맨십은 요즈음엔 상상할 수 없는 얘기다. 김 대표가 원본에는 없는, 80여명에 이르는 ‘손기정 인물사전’을 번역판 부록에 추가한 것은 하퍼 같은 선수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1912년 일본 최초의 올림픽 출전자로 마라톤 경기 도중 졸도해 다음 날 깨어났지만 부단한 연구로 나중에 일본 마라톤의 아버지가 된 가나쿠리 시조, 베를린 올림픽 선수단 입장 때 손기정을 욕보인 군인 승마선수를 호되게 꾸짖은 육상 선수이자 기수 오시마 겐키치, 손기정에 가렸지만 누구보다 치열하게 마라톤 현장을 지키며 살았던 남승룡 등이 그렇다. 김 대표는 “일본이 손기정을 버렸다면, 한국은 남승룡을 잊었다. 3등을 기억하지 않는 우리의 성적지상주의 문화는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일한국대사관 1등서기관 등으로 정년까지 41년간 공직생활을 했고, 바다수영 마니아이기도 한 김 대표는 냉랭해진 한-일 관계를 풀 열쇠로 손기정 정신을 들었다. 그는 “메이지대 학생 선수로 ‘하코네 역전 마라톤’에서 뛰고 싶었던 손기정을 막았던 일제의 편협한 행위는 2018 평창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이상화와 고다이라 나오가 보여준 우정과 비교하면 그 치졸함이 금세 드러난다”고 말했다. 그것이 스포츠의 힘이다. 그는 서울시 중구 손기정기념관에 있는 ‘태극기를 단 손기정 입상’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손기정이 일장기를 달고 뛴 것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역사다. 가슴에 태극기를 붙이는 순간 우리 아이들의 상상력은 죽어 버린다.” 역사가 미래 가치가 되기 위해서는 “사실을 사실대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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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01, 2020 at 05:15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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