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는 세계 축구에서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리그로 평가된다. 주요 원동력 중 하나는 막대한 TV 중계권 덕분이었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프리미어리그는 연 단위 자국내 중계권료 기준, 세계 프로 리그 가운데 NFL(미 프로풋불) 다음으로 두 번째로 수입이 많은 리그다.(NBA와는 비슷한 규모로 알려졌음)
하지만 다음 시즌은 상황이 녹록지 않다. EPL은 4일(한국시각) 가장 수익성이 좋았던 방송사와의 계약이 끝났다. 바로 중국 방송사다.
이날 EPL은 2019~2020시즌부터 2021~2022시즌까지 3년 간 5억5000만 파운드(약 8687억원)를 받기로 한 중국 스트리밍 서비스 PPTV와의 중계권 계약을 한 시즌만에 해지했다. 이유는 지급 대금이 제때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지난달 PPTV가 3월까지 지급하기로 돼 있던 1억6000만 파운드(약 2528억원)의 대금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3월은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프리미어리그가 중단됐던 때였다. PPTV를 소유하고 있는 중국 유통 대기업 쑤닝(苏宁)은 이탈리아 축구클럽 인터밀란을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 PPTV와의 계약은 프리미어리그가 해외 TV와 맺은 최대 계약이었다. PPTV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프리미어리그의 3개 시즌을 중국에 독점 방송하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번 계약 종료는 이미 코로나로 재정적 타격을 받은 구단들의 재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EPL의 TV중계권 수익은 국내 판매분과 해외 판매분이 다른 방식으로 배분된다. 자국내 TV 중계권 판매 수익의 경우, 생중계 수와 리그 최종 순위 등에 비례해 각 클럽에 차등 지급된다(총 수익의 50%는 균등 배분, 나머지 50%는 각각 리그 성적에 따른 상금과 경기장 사용료로 차등 지급)
반면 해외 중계권 판매분의 배분은 지난 28년 동안 변함없이 20개 클럽이 동일하게 나눠갖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20개 클럽이 매년 경쟁력있는 전력을 갖추고 리그 운영을 유지해주어야 리그의 성장과 마케팅에 도움이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덕분이었다. 공영방송 영국 BBC에 따르면, 리그 1위와 최하위 클럽의 배당금 비율에서 EPL(2019~2020 시즌 기준 1.8:1)은 여타 유럽 리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가디언은 EPL을 ‘다른 리그에 비해 월등한 평등주의자‘로 표현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의 이 같은 평등주의 분위기도 최근 몇년 새 흔들리고 있다. 소위 빅클럽들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국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빅 클럽들은 수 년간 해외 시장 개척에 힘쓰고 있다. 해외 중계권료의 균등 분배에 불만을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일. 리버풀의 존 헨리 구단주는 과거 인터뷰에서 “해외 중계권료 균등 분배 정책과 강등 구단 지원금 정책으로 인해 상위 3개 구단들이 하위 3개 구단 보다 낮은 중계권료 수익을 얻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지난 2018년엔 빅클럽들의 문제제기로 해외 중계권 판매분 배분에도 미묘한 변동이 있었다. 예전처럼 해외 판매분의 수익은 20개 클럽이 동일하게 나눠 갖되, 추가로 중계꿘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엔 리그 성적에 따라 차등 분배하기로 한것이다. 하지만 ESPN에 따르면 상위권 클럽과 하위권 클럽 간의 추가 수익 차이는 10억 안팎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빅클럽들의 기대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거부 구단으로 꼽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역시 코로나 여파로 이미 큰 재정 손실을 입었다. 맨유의 올해 1분기 재무제표에서 구단 부채는 4억2910만파운드(약 6470억원)에 달했다. 맨유의 부채 증가 주 원인은 2019~2020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실패다. 여기에 지난 3월 코로나 여파로 시즌이 중단되면서 부채는 더욱 증가했다. 맨유는 “코로나 여파로 시즌이 중단되면서 경기장 수익이 감소했고, 더불어 방송 중계 수익도 전 분기에 비해 51.7%(2780만파운드‧약 420억원)가 떨어졌다”고 밝혔다.
빅클럽들의 불만이 중국 방송사의 계약 해지 사태와 코로나로 인한 재정적 위기와 맞물려,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September 04, 2020 at 06:18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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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머니뭐니] 中 8687억원짜리 중계권 계약 해지, 프리미어리그 괜찮을까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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