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0-2876' 스포츠윤리센터 신고번호, 대리번호보다 어렵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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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전영지 기자

스포츠윤리센터 홈페이지

'1670-2876.'

지난달 5일 공식출범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의 상담, 신고번호다.

범죄신고는 112, 화재신고는 119…. 자고로 신고번호란 기억하기 쉬워야 한다. 아찔한 위기의 순간, 결심의 순간에 자동으로 번뜩 떠오를 만큼 직관적이어야 한다. 신고를 주저하는 이에게 선뜻 제시할 수 있는, 친절한 번호여야 한다. 그런데 '1670-2876'란 숫자는 아무리 봐도 불친절하다. 도무지 와닿지 않는 번호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평소 저장해두거나 따로 검색하지 않는다면 외우기도 힘들고 떠오르지도 않는 번호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지난해 1월 빙상계 성폭력 의혹 사건 이후 출범한 문체부 스포츠혁신위원회 제1차 권고에 따라 만들어진 선수 인권 보호 및 스포츠계 비리 척결을 위한 신설 기관이다. '스포츠 비리, 불공정 및 체육인 인권 침해에 대해 체육계 내부의 판단이 아닌 외부의 독립기구에 의한 엄정한 제재와 효과적인 재발 방지 조치를 도모한다'는 설립 취지에 따라 지난해 말 국민체육진흥법이 개정됐고, 제18조 3~4항에 근거해 문체부 산하 특수법인으로 지난달 5일 출범했다.

무엇보다 철인 3종 고 최숙현 선수가 전 소속팀 감독 및 선수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6개 관련 기관을 헤매면서 피해 사실을 신고했지만 누구도 귀기울이지 않는 가운데 극단적 선택을 한 가슴 아픈 사건 이후 문을 열었다. 문체부 스포츠비리신고센터,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대한장애인체육회 체육인지원센터의 신고 기능을 통합한 이 센터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취재 결과 스포츠윤리센터 신고번호와 관련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670은 모 통신사 전용선을 쓰는 해당 건물에 할당된 유일한 국번이었다. 뒷 번호 역시 '체육'이라는 뜻을 담은 76, '일사천리로 체육을 처리한다' 뜻을 담은 1476 등의 번호를 고민했지만, 이미 선점된 번호였다고 한다. '76'을 살렸지만 아무도 '체육'을 떠올리지 않는다.

신고전화 운영에도 아쉬운 부분이 드러난다. 신고·상담으로 이어지기까지 안내 코멘트만 20초에 달한다. 대다수 신고전화의 경우 안내 코멘트는 10초 이내다. 급하게 신고한 이에겐 억만겁같은 시간, 어렵게 신고를 결심한 이에겐 변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20초 후엔 "인권침해 및 스포츠 비리 상담 신고는 1번, 부서별 전화연결은 9번을 눌러주세요"라는 안내가 흘러나온다. '핫라인'이어야 할 신고·상담전화와 센터 부서별 전화 안내가 분리돼 있지 않다.

현장의 체육인들은 아직 스포츠윤리센터를 잘 모른다. 지난 14일까지 스포츠윤리센터에선 인권침해 상담 32건, 신고 10건, 스포츠비리 상담 6건, 신고 10건이 이뤄졌고, 9월부터 대한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의 모든 상담·신고기능이 스포츠윤리센터로 통합된 사실도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고 최숙현 선수처럼 어딘가에서 울고 있을 체육인들의 든든한 편이 되고자 출범한 스포츠윤리센터는 더 낮은 자세로, 더 가깝고, 살갑게 다가서야 한다. 문체부가 지난 1일 발표한 내년 스포츠윤리센터 예산은 45억원이다. 올해 22억9000만원 예산의 2배다. 선수 중심, 피해자, 사용자 중심의 따뜻한 시선과 세심한 배려, 찾아가는 서비스를 기대한다.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전화는 1388이다. 여성가족부 산하 여성긴급전화는 1366이다. 국가인권위원회 번호는 1331이다. 이제 곧 사라질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는 418-1119였다. 그리고 문체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 번호는 1670-2876이다. 체육인들의 인권을 위한 스포츠윤리센터의 신고번호가 그 흔한 대리운전 번호보다 어렵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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