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LoL), 프로야구처럼 바꾸자…대기업들 수백억 뭉칫돈 -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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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e스포츠 시장에 돈이 몰리고 있다. PC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의 e스포츠팀에 최근 국내외 기업들이 잇따라 투자하면서다. 내년 LOL e스포츠의 한국 프로리그(프랜차이즈) 출범을 앞두고 팀을 후원하려는 기업들의 관심이 커졌다. 축구, 야구 등 기존 프로 스포츠를 위협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e스포츠의 인기가 치솟자 다양한 기업들이 홍보, 마케팅 등을 위해 e스포츠 시장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해외 기업도 국내 팀 후원

농심은 지난 18일 국내 e스포츠팀인 ‘팀 다이나믹스’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팀 다이나믹스는 2016년 창단된 LOL 프로게임팀이다. LOL은 미국 게임사 라이엇게임즈가 만든 게임으로 한국은 물론 세계에서 온라인 PC 게임 중 매출 1위다. 농심의 팀 다이나믹스 인수 가격은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야쿠르트는 같은날 LOL 프로게임팀 ‘브리온 블레이드’과 네이밍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네이밍 파트너십은 구단 이름에 기업명을 넣는 방식이다.

카카오도 최근 LOL e스포츠팀을 운영하는 e스포츠 전문기업 DRX를 후원하기로 했다.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 ‘라이언’이 DRX 유니폼에 부착되고, 경기 영상과 팀 상품 등에서도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나올 예정이다. 카카오의 e스포츠 후원은 이번이 처음이다. DRX는 최근 영국 슈퍼카 제조업체 맥라렌의 후원도 받기로 했다. 국내 최고팀으로 꼽히는 T1은 올해 삼성전자와 BMW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국내외 기업들이 LOL e스포츠팀에 몰리는 것은 LOL e스포츠의 한국 리그(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가 프로야구나 프로축구와 같은 ‘프랜차이즈’ 제도를 도입하면서다. LCK는 그동안 1부와 2부 리그를 팀들이 실력에 따라 오갈 수 있게 하는 승강제로 운영했다. 내년부터는 10개 팀으로 프랜차이즈 리그를 운영할 예정이다.

○프랜차이즈로 커지는 시장

지난 19일 마감한 ‘2021 LCK 프랜차이즈 리그’의 참여 신청에 신규 투자를 받은 LOL 팀들이 신청서를 잇따라 라이엇게임즈에 제출했다. 라이엇게임즈는 LCK 프랜차이즈 리그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앞서 국내외 25개팀은 지난달 ‘LCK 프랜차이즈 리그 투자 의향서’를 냈다. 국내 기존 18개팀에 해외 e스포츠구단 등이 운영하는 7개팀이 의향서를 제출했다. T1, 젠지 e스포츠 등 현재 상위권 팀들은 대부분 프랜차이즈 리그에 공식 참여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가 확정된 팀은 100억~120억원 정도를 리그 참가비로 납부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LOL e스포츠의 프랜차이즈로 관련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도 글로벌 e스포츠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게임은 LOL이다. 가장 큰 대회인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의 지난해 최대 동시 온라인 시청자 수는 4400만명에 달했다. 한국 리그만의 인기도 상당하다. e스포츠 통계 사이트 ‘e스포츠차트’에 따르면 지난 4월 열린 ‘2020 LOL LCK 스프링’ 결승전을 온라인 생중계로 관람한 인원이 1787만명이었다. 96% 정도가 해외에 시청했다. 김철학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은 “한국 e스포츠는 축구로 비유하면 영국 프리미어리그 등과 비슷해 해외에서 더 인기가 많다”며 “이번 프랜차이즈 도입으로 한국 e스포츠의 수준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LCK 프랜차이즈의 운영 방식도 투자 기업들에는 매력적이다는 평가다. 승강제가 없어지기 때문에 프랜차이즈 확정 팀은 강등의 위협 없이 경기 중계권료, 리그 스폰서 수입 등을 안정적으로 나눠 받을 수 있게 된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프랜차이즈를 먼저 도입한 북미, 유럽 리그 팀들의 경제적 가치가 크게 올랐다. 라이엇게임즈코리아의 이정훈 e스포츠 프랜차이즈 태스크포스(TF) 리더는 “프랜차이즈 도입 이후 관련 시장은 5년 안에 세 배 이상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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