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도 아이템…10兆 '판타지 스포츠'가 뭐길래? - 아시아경제

sportkaleo.blogspot.com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지난달 5일부터 우리 프로야구인 한국야구위원회(KBO)리그를 매일 한 경기씩 골라 미 전역에 생중계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국 주요 스포츠 리그가 중단되자 무관중으로나마 가장 먼저 새 시즌을 시작한 한국 프로스포츠 콘텐츠를 제공해 팬들의 갈증을 해소하려는 취지였다. 여기에는 또 하나의 포석이 있다. 실시간 경기를 통한 데이터로 베팅이 이뤄지는 스포츠 갬블링(도박) 시장의 운영을 위해서인데 하루에서 일주일 사이 단기간 동안의 경기 결과를 토대로 베팅과 보상이 가능한 '데일리 판타지 스포츠(DFS)'가 그 중 하나다. 19일 게임·방송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ESPN에서 KBO리그를 중계하는 데는 DFS 시장의 요구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 10조 시장 DFS가 뭐길래= DFS는 1950~1960년대부터 미국 스포츠팬들 사이에서 유래한 '판타지 스포츠'를 기반으로 한다. 판타지 스포츠는 실제 프로스포츠 경기를 대상으로 이용자가 스카우트 역할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온라인상에서 일정 금액을 베팅한 뒤 선수들을 사들여 가상의 팀을 꾸리고, 해당 선수들의 실 경기 기록 등을 종합해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이에게 판돈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보통 한 시즌 단위로 결과를 집계해 순위를 가리던 판타지 스포츠에서 파생해 매 경기 혹은 주간 단위로 단축해 최대 1000달러의 판돈을 걸고 분배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 DFS다.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미국에서는 판타지 스포츠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판타지 스포츠 무역협회(FSTA)'에 따르면 북미 지역의 판타지 스포츠 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260억 달러(약 28조6000억원)로 집계됐다. 미 연방 대법원이 2018년 5월 스포츠 갬블링을 합법화하면서 관련 시장은 날개를 달았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에 따르면 판타지 스포츠 시장은 최근까지 연 평균 10.16%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별도로 DFS 시장만 80억 달러(약 9조7000억원) 이상 규모까지 불어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 DFS 산업을 양분하는 업체 '팬듀얼'과 '드래프트킹스'는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을 일컫는 '유니콘 기업' 대열에 합류했다.

DFS업체 팬듀얼 홈페이지 캡처

◆ 코로나19 악재 속 기회, 한국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DFS 시장도 타격을 받았다.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게임의 특성상 실제 경기가 열려야 하지만 감염병 확산 우려로 전 세계 프로스포츠가 중단되면서 서비스 운영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이어 독일, 스페인, 잉글랜드 등 주요 축구리그가 다시 문을 열고 미국 메이저리그도 개막을 검토하는 등 상황이 바뀌면서 북미, 유럽 등 DFS가 활성화된 지역에서는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가 크다. 우리처럼 무관중으로 리그를 재개하더라도 구단 입장에서는 수익에 타격이 있으나 DFS를 운영할 수 있는 데이터 확보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물에 한해 일부 스포츠베팅이 가능하다. 이용자가 허가받은 사이트에서 유료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코인을 충전하는 방식으로 게임머니를 받아 스포츠 경기의 승·무·패 예측 등에 베팅할 수 있다. 그러나 판타지 스포츠 형태로 실제 경기 데이터를 점수로 환산해 판돈을 배분하는 방식은 불가능하다.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베팅과 배당금을 현금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체육진흥투표권사업(스포츠토토)만이 합법화돼 있고 DFS 등을 운영할 법적 근거는 없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스포츠산업도 위축되는 상황에서 판타지 스포츠의 순기능을 활용해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판타지 스포츠 게임물 개발이나 스포츠 데이터 분석·활용 등의 산업을 육성하고, 프로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사행성 요인을 분석하고 보상과 참여방법에 대한 규제를 마련한다면 제도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건전성을 담보한다면 참가비를 내고 상금을 받는 시스템을 활용해 국민체육진흥기금 조성사업으로도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Let's block ads! (W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