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중일 톺아보기'는 한중일을 중심으로 아시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이슈를 살펴보는 주간연재코너입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지금까지 야구는 일본에서 인기 스포츠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그래픽=조보라]](https://file.mk.co.kr/mkde_7/N0/2021/06/20210610_4880085_1623403601.jpg)
2000년대 들어 위기설이 불거진 바 있고 일본내 에서도 야구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그럼에도 야구는 일본인들에겐 압도적으로 각광받는 스포츠이자 그 이상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진다.
뉴스를 틀면 날씨 예보 뒤 언제나 야구 소식이 가장 먼저 뒤따른다. 일본 여론조사 전문기관 중앙조사사의 여론조사를 봐도 야구는 1996년 이후 올해까지 25년 연속 최고 인기 스포츠로 군림하고 있으며, 야구선수는 항상 일본 남자 어린이들의 장래희망 1순위를 다툰다.
일본은 법령상 국기(國技)를 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본인들이 야구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사실상 일본의 국기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미국에서 수입된 스포츠인 야구가 일본에서 이 같은 인기를 누리게 된 건 무엇 때문일까.
전 세계 어떤 아마추어 스포츠 대회에서도 고시엔만큼 국민적 관심과 열병을 불러일으키는 사례를 찾기는 어렵다. 4800개교가 넘는 일본 전역의 고등학교 중 80%(한국은 3.5%)가 야구부가 있고, 이들이 모두 고시엔 무대를 꿈꾼다. 코로나19와 같은 큰 변수가 없는 한 매 경기 4만7000석에 달하는 구장이 꽉 들어차고 전 경기를 국영방송 NHK가 생중계한다. 대회 시청률은 프로야구를 뛰어넘는 20%에 육박한다.
대회 기간은 각 지역사회가 정체성을 확인하는 일종의 연례행사이자 의식에 가깝다. 이 때문인지 일본인들은 고시엔을 단순히 학생들의 야구 시합이 아닌 전국 단위 축제로서 신성시하는 경향까지 있다.
![지난 3월 봄 고시엔 1차전에서 승리한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한국어 교가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file.mk.co.kr/mkde_7/N0/2021/06/20210610_4678697_1623403592.jpg)
인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단적인 예가 최근 한국 야구계에서도 불거진 폭력이다. 성적 지상주의가 만연하고 훈련 과정에서 상명하복과 근성을 강조하다 보니 폭력 구설이 고질적으로 생긴다. 가혹한 지도 방식과 선수 혹사 문제에 대한 불만도 종종 나오지만, 좀처럼 변하진 않는다. 지난해 일본 주간지 프레지던트는 폭력으로 인해 일본의 고교 야구선수층이 매년 1만명씩 줄어들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1936년 출범한 일본의 프로야구는 고도성장기 샐러리맨 문화를 확산시킨 매개체였다. 이 때문에 야구는 일본 샐러리맨 문화를 가장 극적으로 투영하고 있기도 하다. 샐러리맨 문화란 말 그대로 사무직 회사원들의 삶을 지배했던 생활 패턴이라고 할 수 있다. 특정한 복장, 늦게까지 이어지던 야근, 그리고 회식과 관련된 문화 등등이 대표적 예다.
일본 샐러리맨들은 정서와 인간적 유대(진짜 유대든 겉치레든)를 가족보다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하는 남성 동료들에게서 찾았다. 그리고 이때 가장 유용한 수단이 바로 야구였다. 야구를 모르거나 야구 이야기에 동참하지 못하면 소외됐기에 좋든 싫든 야구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일본에서 누린 권력은 미국의 뉴욕 양키스, 영국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명문 구단들에 비해서도 훨씬 공고했다. 시즌 중 TV를 틀면 언제나 자이언츠의 시합이 방영됐고, 신문 지면에는 팀 선수들의 시시콜콜한 소식까지 실렸다. 왕년의 일본 야구 스타들은 모두 자이언츠 소속이기도 했다.
자이언츠는 일본의 고도 성장을 이끈 최고 명문 도쿄대와 이들이 지배한 관료조직의 권력을 상징하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도쿄에 본사를 둔 회사나 정부부처 직원은 자이언츠의 광팬이어야만 하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아니라면 조직 부적응자로 의심까지 살 정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먼저 투수와 타자가 1대1로 맞서는 점이다. 화이팅은 야구가 간격을 두고 투수와 타자가 1대1 승부를 가리는 점이 사무라이 문화가 지배했던 일본인들에게 익숙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섬세함도 이유로 들었다. 야구 특성상 데이터를 통한 정교한 분석이 개입될 여지가 많은데, 이것 역시 기록하기 좋아하는 일본인들 성향과 맞는다는 것이다.
또한 흐름이 잘 끊기지 않는 축구나 농구에 비해 야구 경기는 곧잘 멈췄다 이어졌다를 반복한다. 시합이 진행 중인 구장 안팎에서 논의가 벌어질 때도 많다. 이와 관련해 미국 출신 일본 전문가 태가트 머피 쓰쿠바대 교수는 "야구의 플레이 과정은 마치 일본 사회의 조직생활 리듬과 매우 닮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양국에서 야구의 인기와 위상은 다르다. 일본에게 야구는 자신들을 패퇴시킨 미국을 극복하는 수단이자 전후(戰後)부흥을 상징하는 표상이었다. 반면 한국에게 야구는 축구와 달리 일제강점기 극일(克日)의 수단으로 민족 정기 형성에 기여한 바는 없었다.
일본 야구에는 그들의 국민성인 집단주의, 배타성, 근면성과 집요함 등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때문에 일본에서 야구는 그들의 정신문화를 투영한 대상이자 현대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야구는 주류 스포츠 이상의 의미로 평가되진 않는다. 결국 한국에서 야구는 현재 가장 대중적이며 인기 있는 스포츠 정도인데 반해, 일본에선 단순 스포츠 이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근래 국내 프로야구의 관심도는 지속 하락세로 나타났다.[그래픽=조보라]](https://file.mk.co.kr/mkde_7/N0/2021/06/20210610_4880085_1623403648.jpg)
옅어진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존재감, 스타 선수들의 미국 진출로 인한 관심도 분산, 야구 인구의 감소 등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특히 1020 젊은 세대의 관심도가 떨어졌다는 조사 결과는 한일 양국 공통이다. 상황은 서로 똑같지는 않지만 향후 야구의 인기를 유지 또는 진작할 수 있느냐는 결국 양국 야구계의 몫이자 풀어야 할 과제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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