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 “I’m in.”이란 말이 있다. “나도 낄게요”란 뜻이다. 예컨대 직장에서 누군가 “이번 주 복권 공동구매 할 사람?”하고 제안했을 때 “I’m in.”이라 대답하면 “동참하겠다”는 경쾌한 의사표시가 된다. 보통 가장 먼저 동감을 표시하는 사람이 “내가 빠질 수 없지”란 어감으로 외칠 법한 말이다.
같은 의미의 정식 표현으로 "Count me in."이나 "Include me." 등이 있지만, 간결한 구어 “I’m in.”이 더 널리 쓰인다. 이 “I’m in.”을 브랜드로 만든 회사가 있다. 카타르 위성방송 ‘알자지라(Aljazeera)’가 모태가 된 스포츠 홍보기획사 ‘비인(beIN)’이다.
항상 스포츠 현장에 참여해 있다는 의미를 담은 브랜드이자 회사명이다. 그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두 단어를 붙여 쓰되 ‘be’는 소문자로 ‘IN’은 대문자로 구분했다. 로고는 두 단어의 폰트 자체를 다르게 하고 ‘IN’을 볼드로 굵게 디자인해 ‘베인’이 아닌 ‘비인’으로 읽도록 했다. 그것도 ‘IN’에 강세를 둬 본래 “I’m in.”의 적극적인 어감을 절묘하게 살렸다.
비인은 2017년 8월 1~4일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린 국제테니스연맹(ITF) 연차총회(Conference and Annual General Meeting)에서 테니스 홍보마케팅에 관한 별도 세션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비인은 총회에 참석한 116개국 대표들에게 경기일정 관리, 광고 및 중계권 수익 확대, 홍보 이벤트 개최, 언론홍보지원 방안 등 의욕적인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ITF가 직접 주최·운영하는 데이비스컵(Davis Cup)과 페드컵(Fed Cup)의 상업적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청사진이다. 비인은 ITF와 계약을 맺고 올해 초부터 미디어 업무를 총괄 대행해왔다. 데이비스컵과 페드컵 전 경기가 비인 미디어를 통해 중계됐다. 또 BBC, 프랑스TV, 스페인 TVE 등 기존 방송과의 중계권 협상·계약도 비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그 결과 ITF의 행사 면모가 프로페셔널하게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데이비드 해거티(David Haggerty) ITF 회장은 “멀티 미디어의 등장으로 스포츠 소비양태가 급변하는 환경에서 테니스가 플랫폼을 망라해 가장 폭넓은 소비대중과 만나게 됐다”고 비인과의 파트너십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비인은 Wimbledon Championships , Davis Cup , Fed Cup , ATP World Tour Masters 1000 , ATP World Tour 500 , ATP World Tour Finals , 일부 ATP World Tour 250 및 WTA Tour 토너먼트를 방송한다 .
beIN Sports는 2017 년부터 2021 년까지 미국, 호주, 중동, 북아프리카에서 WTA 투어의 독점 방송사가 됐다.
신생기업인 비인이 이처럼 국제 스포츠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배경엔 ‘알자지라’란 든든한 언덕이 있다. 알자지라가 중동 오일머니를 토양 삼아 몇 년 새 세계적 언론사로 급부상했듯이, 알자지라를 인큐베이터 삼아 태어난 비인도 초고속 성장의 길을 달려왔다. 이를 테면 ‘금수저 기업’인 셈이다.
‘알자지라’가 인큐베이터 역할
비인은 2003년 11월 알자지라 스포츠(Aljazeera Sports)라는 알자지라의 한 사업단위로 출범했다. 알자지라 스포츠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미디어로서 8년 여 동안 내공을 쌓았다. ‘비인’ 브랜드가 등장한 것은 2012년 6월 비인 스포츠가 창립되면서였다. 모회사인 알자지라 미디어 네트워크에서 공식적으로 분사(spin-off)해 독립 법인이 된 것이다.
비인은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무대로 한 다국적 기업으로 출발했다. 그래서 첫 법인을 프랑스에서 만든 뒤 이듬 해까지 미주, 아시아 법인을 잇따라 창립했다. 그런 뒤 2014년 1월1일 카타르 도하에 본부를 둔 본사 비인 미디어 그룹이 설립됐다.
미디어 중계권 등을 관리하는 회사는 영국 런던에 자리잡았다. 비인의 주력 라인은 그야말로 ‘돈 되는’ 분야인 스포츠와 영화, 엔터테인먼트다. 이들 콘텐츠를 유료 위성방송과 VOD로 서비스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홍보기획·마케팅의 신흥강자로 떠올랐다.
대다수 스포츠 마케팅 회사가 스타 선수를 띄우는 스타 마케팅에 집중하는 사이 비인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와 그 주최조직을 파고들었다. ITF와의 협업이 대표적인 예다. 비인은 중동과 유럽을 기반으로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터키 등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에는 아직 진출하지 않았다.
각 나라·지역 진출전략도 눈 여겨 볼만하다. 호주에선 잘 나가던 유료 스포츠 채널 ‘세탄타 스포츠’를 통째로 인수해 2014년 10월 회사명을 ‘비인 스포츠 호주’로 바꿨다. 축구 열정으로 유명한 스페인의 경우 축구경기만 전담 중계하는 고화질 채널을 설립해 인기를 모은 뒤 영화와 오락 프로그램을 슬그머니 추가했다.
비인은 미디어 그룹으로서 알자지라의 경영 노하우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알자지라는 설립 준비 때부터 영국 BBC 근무 경력이 있는 방송인력이 밑거름이 됐다. 비인도 유럽에서 경력을 쌓은 인력이 경영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알자지라가 미국 9·11 테러,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서 아랍세계 소식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것처럼 비인도 미디어와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의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것을 주특기로 삼았다. 탄탄한 자금력과 조직을 앞세운 비인의 기업사냥은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해 3월엔 미국 할리우드의 독립영화 제작·배급사인 미라맥스(Miramax)를 인수해 화제가 됐다. 이어 타임 워너 산하 대형 케이블방송사 터너 브로드캐스팅 시스템(TBS)과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 콘텐츠 독점 배급 계약을 맺었다.
터키 최대 유료 케이블방송인 디지투르크도 2017년 8월 비인의 손에 넘어갔다. 인수합병, 대형 콘텐츠 계약 등을 통해 미디어 영토를 확장하고 있는 비인의 질주가 어디까지 나아갈지 스포츠업계가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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