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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팬들은 왜 힙합 신곡에 열광했을까?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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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스포츠]
승패·기록 넘어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는 스포츠
단순 응원가 넘어 음악 자체가 하나의 요소로
제네 더 질라 ‘강원FC’에 축구 팬들 열광하고
머쉬베놈 ‘두둥등장’에 해외 팬들까지 푹 빠져

소유가 아닌 경험, 이른바 ‘스트리밍 시대’입니다. 스트리밍은 실시간 재생 기술로, 마치 물이 흐르는 것처럼 데이터가 처리된다는 뜻입니다. <스트리밍 스포츠>에서는 새로운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다양한 스포츠의 세계를 소개합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스포츠의 영역도 넓어진다. 과거 스포츠는 승패와 기록에 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현대 스포츠는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팬들은 더는 스포츠를 육체 활동에 가두지 않는다. 다양한 요소를 포함한 하나의 문화활동으로 즐긴다. 음악도 그중 하나다. 래퍼 제네 더 질라는 지난 5일 정규앨범 3집 타이틀곡 ‘강원FC’를 발표했다. “내 인생은 마치 경기, 난 우승 트로피 위해서 매일 전술을 짜”라는 가사처럼, 자신의 삶을 축구 경기에 비유한 노래다.
‘강원FC’ 뮤직비디오 속 제네 더 질라(왼쪽)와 감독으로 출연한 더 콰이엇. 유튜브 갈무리
그가 강원FC에 매력을 느낀 건 프로축구 특유의 연고지 중심 문화 때문이다. 제네 더 질라는 강원 춘천 출신으로 평소에도 고향에 대한 애정을 보여왔다. 그는 축구에 대해 “지역을 대표해 열심히 달리고, 우승을 목표로 경기하는 모습이 힙합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단순히 축구를 소재로 한 것이 아닌, 프로축구의 묘미를 정확히 이해한 그의 음악에 팬들은 열광했다. 과거에도 스포츠와 음악의 만남은 있었다. 응원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응원가는 어디까지나 보조적 역할이다. 최근에는 음악 자체가 스포츠 팬 사이에서 하나의 독자적 즐길 거리로 자리 잡았다. 이런 현상은 ‘밈(meme)’의 유행과 관련 있다. 밈은 넓은 의미에서 모방과 복제라는 말로, 에스엔에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유행하는 특정 콘텐츠를 뜻한다. 이제 사람들은 경기를 보는 것을 넘어 스포츠에서 파생한 음악, 짤(사진), 움짤(움직이는 사진) 등을 반복·재생산하며 독자적으로 즐기고 있다. 강원 구단이 “최근 힙합 뮤직비디오에는 특정 안무를 따라 하는 챌린지가 많다. 선수와 팬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라고 밝힌 이유다.
2020 엘시케이 스프링 결승전 오프닝 무대에 선 머쉬베놈. 유튜브 갈무리
엘시케이 실시간 중계 채팅창의 모습. 국내외 팬들이 함께 ‘ㄷㄷㄷㅈ’ ‘DUDUDUNGA’를 입력하고 있다. 롤박사 해도리 제공
10∼20대 팬층이 두터운 이(e)스포츠에선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일명 ‘두둥등장’으로 불리는 래퍼 머쉬베놈의 노래가 대표적. 두둥등장은 이스포츠대회 엘시케이(LCK) 경기 세트 사이에 나오는 광고 음악이다. 중독성 강한 멜로디가 팬들을 사로잡았다. 팬들은 이 노래가 나오면 모든 이야기를 멈추고 채팅창에 두둥등장의 자음을 딴 ‘ㄷㄷㄷㅈ’을 입력한다. 해외 시청자들은 소리를 딴 ‘DUDUDUNGA’를 외친다. 음악이 스포츠를 즐기는 방법의 하나로 자리 잡은 것이다. 엘시케이 주관사 라이엇게임즈도 음악적 요소에 공을 들이고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2018년 게임 속 챔피언으로 이뤄진 가상 그룹 케이디에이(K/DA)를 공개했다. 이들의 노래 ‘팝/스타’(POP/STARS)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조회수가 3억6000만을 넘겼다. 인기 아이돌 그룹 뮤직비디오에 버금가는 조회수다. 라이엇게임즈는 리믹스·커버 등이 가능한 리그오브레전드 음원 230여종을 무료로 공개하는 등 팬들의 재창작 활동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아래는 제네 더 질라와 문답 ― ‘강원FC’라는 곡을 낸 이유가 궁금하다 “강원이라는 지역명을 걸고 열심히 경기하는 모습과 춘천을 외치면서 열심히 씬(scene)에서 활동하고 있는 내 모습이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강원FC라는 팀에 빗대어 가사를 써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 이 노래가 앨범에서 가장 나다운 노래인 것 같아 타이틀곡으로 정했다.” ― 평소에도 강원FC 경기를 비롯해 K리그 경기를 챙겨보는 편인지 “사실 스포츠에 관심은 많이 없다. 하지만 강원FC를 제목으로 노래를 낸 만큼 책임감을 조금이라도 가져야겠다고 생각해서 요즘은 경기 중계도 찾아보고 관심을 가지는 중이다.” ― 춘천 출신으로서 고향에 대한 애정을 보여왔는데 “그것에서부터 시작했던 작업인 것 같다. 춘천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출신 지역을 대표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가사에 많이 언급하는 편이다. 힙합 불모지 같은 도시에서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 자체가 뿌듯하다.” ― 강원FC 홍보대사를 맡거나 관련 활동을 할 의향도 있나 “강원FC 홍보대사가 된다면, 너무 좋고 멋진 일일 것 같다. 그만큼 관심을 갖고 열심히 응원해야겠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 것 같다. 출신 지역 프로축구팀 홍보대사라는 건 너무 멋진 일이다.” ― 힙합과 축구에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하나 “‘강원FC’ 노래 가사에 담은 비유들처럼 지역을 대표해 열심히 달리고, 우승을 목표로 연습하고 경기하는 모습이 힙합과 비슷한 것 같다.” ― 혹시 강원FC 상징색에 초록색이 들어가서 좋아하는 면도 있는지 “강원 지역팀인데 마침 초록색도 들어가서 더 좋았다. 패션적으로도 제가 좋아하는 색과 매치할 수 있는 색이기 때문이다.” (제네 더 질라는 초록색을 좋아하는 래퍼로 유명하다. 머리카락도 초록색이다) ― 이번 정규앨범 소개도 부탁한다 “이번 정규앨범은 오랜 친구인 프로듀서 SLO와 함께 만들었다. 저의 앨범 중 가장 멋있고, 가장 공들인 앨범이다. 많이 들어주시면 좋겠다. 앞으로 나올 작업물들도 확인해주시면, 제가 내려고 했던 멋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 마지막으로 강원FC 혹은 K리그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K리그 자체가 엄청 메이저한 문화는 아니지만, 몇 번 보다 보니까 매력 있고 충분히 재밌는 경기를 보여주셨다. K리그에 관심이 없던 분들께도 한 번쯤 편견을 버리고 보시면 재밌을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강원FC 팬 여러분, 그리고 선수분들. 항상 건강 조심하시고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안전제일.”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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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5, 2020 at 09: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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